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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오점 한 가지

흑인 대법관과 쿠바 출신 연방상원의원이 윤리 규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전자는 일등석 항공편과 호화판 휴양지에서의 접대, 그리고 후자는 현금, 금괴, 고급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조사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나 역시 비록 말단 공무원이지만 윤리 규정을 지켜야 할 직업을 가졌었다. 1970년대 후반이다. 하와이에 이민 와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일본 식당에서 접시 닦기를 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늘이 도왔다. 의회에서 직업 안전 보건법이 통과되어 모든 주 정부는 직업안전기구(OSHA)를 설치해야 했다. 나는 직업 안전 관리의 경력 소유자였다. 인천 미군 유류창에서 다년간 안전 관리원으로 근무하고, 주한 미 군사 고문단에서 안전 고문관과 함께 용산 육군 본부와 국방부에서 군 안전 관리의 운영과 향상을 위하여 고문 역할을 했다.   희소가치가 있는 경력 덕택으로 하와이주 노동청 직업 안전과의 안전 단속원 (Safety Compliance Officer)으로 채용되었다. 단속원은 위생 검사원과 비슷한 직업으로 기업체 등을 방문해 안전 검열을 하고, 규정 위반을 적발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기업주가 두려워하는 기피 공무원이다.   취업 한 달 후 상사는 내가 일했던 일본 식당에서 한 종업원이 위험한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을 주 정부에 보고했다면서, 나더러 조사하라고 한다. 내키지 않는 임무였다. 그 식당의 접시 닦기를 했던 내가 검사원이 되어 불만 조사를 하러 갔다. 웨이트리스들은 내 별명, ‘챨리’가 왔다면서 반갑다고 난리였다. 나는 검사원답게 점잔을 피우면서 사건을 조사한 다음, 점심을 주문했다. 매니저가 점심값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공무원의 윤리 규정을 설명하면서 점심 값을 지불하고 팁도 넉넉히 주고 나왔다.   주 정부 공무원으로 6년을 일하고 연방 정부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상사는 나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다. 무슨 선물인가 했더니 하와이의 최고봉 마우나케아 정상의 천문대 공사장 안전 검열을 위한 2박 3일의 출장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마우나케아 정상 밑의 고도 적응 대기소에서 2시간을 보낸 다음, 정상에 도착했다. 마우나케아는 해발 4205미터지만 해저 부분까지 합치면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하와이언 원주민의 성지이다. 눈이 드문드문 덮인 정상은 싸늘하고 으스스했다. 하와이 대학교가 운영하는 천문대에 기계와 장비를 설치 중이었다. 작업장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안전 검열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을 구경하는 견학이었다.   견학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점심을 먹고 가란다. 스파게티 국수와 후식으로 입에서 녹는 하와이 파파야가 나왔다. 그 정상에는 일반식당이 없었다. 내가 샌드위치를 싸서 가지고 갈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점심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 지금도 후회된다. 나의 결백한 공무원 기록에 한 가지 오점을 남겼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오점 직업 안전 정부 공무원 안전 고문관

2023-11-05

[이 아침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작가 정여울의 심리 테라피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를 읽었다. 책에서 진정한 성숙을 위해서는 나의 “바람직한 측면뿐 아니라 부끄러운 측면까지 전체성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구절을 접하게 되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 안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대면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를 쓰고, “그럼에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써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써보고, 그다음에는 “그런데도 나 자신이 기특했던 순간들”을 써보고,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쓴다. 순서가 중요하다. 그래야 뒤로 갈수록 더 나은, 더 깊은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싫은 점, 후회되는 점, 고치고 싶은 점을 먼저 써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남들에게는 너그럽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주면서도 가족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준 기억은 별로 없다. 가족이 말을 시작하면 넘겨짚어 판단하고는 고치고 가르치려 했다. 물론 나도 할 말은 있다. 남은 남이니 내가 그냥 들어주면 되지만, 가족의 일은 내 일이며 가장인 내가 책임지고 고쳐서 바른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회되는 점도 이와 연관된 일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여행도 하며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부모님에게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일도 아쉽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기 전, 양로병원에 계셨다. 나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가족이 아프면 장기로 병가를 낼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을 내서 자주 병원을 찾아 옛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어 드리고, 함께 기도를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이 또한 나름대로 핑계는 있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동안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가 기특한 점도 적어 보았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60년대 한국에서 나 같은 중증 장애인이 학교에 다니기는 매우 힘들었다. 나 역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특히 영어를 공부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미국에 와서도 영어가 되니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인 공무원이 별로 없던 시절, 주 정부 공무원이 되어 31년 장기근속을 한 것도 자랑할만한 일이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쓸 차례다. 자식들과 마음을 트고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 가끔 만나 함께 영화도 보고 고기도 구워 먹고 싶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눈 폭풍이 예상되는 겨울날, 기차를 타고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 주까지 눈길을 헤치며 달리고 싶다. 야구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팀이 있는 대도시를 돌며 야구를 보고, 도시를 둘러보고 싶다. 한국도 좋고, 유럽이나 미국 어디라도 좋다. 작은 마을에 한 달쯤 머물며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 가운데 살아보고 싶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다소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당신도 신문을 내려놓고 커피 한 잔 만들어 책상에 앉아보세요. 그리고 이 순서대로 적어 보세요. 삶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 겁니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한인 공무원 정부 공무원 야구 시즌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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